"협녀, 칼의 기억"은 ‘여검객’을 배우 전도연과 김고은이 연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단 흥미를 끈다. 영화의 내용은 제목에 꽤 충실하다. 월소(전도연)는 동료를 배신하고 권력을 택한 유백(이병헌)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에게 부모를 잃은 홍이(김고은)를 딸처럼 키운다.그리고 한 순간 유백에게 동조했던 자신도 홍이의 복수 대상에 포함시키며 죗값을 치르고자 한다. 월소와 홍이가 걷는 길이 ‘협녀’의 길인 것. 영화는 유백이 배신하고 18년 후, 우연히 무술대회에 참가하게 된 홍이와 유백이 마주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배신과 탐욕, 사랑이 영화를 움직이게 하는 주된 감정이지만, 이것이 스크린을 뚫고 전달되기까지는 많은 (관객의) 노력이 필요하다. 긴 러닝타임을 할애하는, 18년 만에 다시 만나 이어지는 유백과 월소의 멜로에는 충분한 설명이 없고, 모든 정황을 알고 난 후 홍이의 행동도 그렇다. 그래서 그들이 눈물 흘릴 때조차 그냥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액션으로 기억되는 것 또한 아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아름답다. 홍이가 노란 해바라기 밭을 경공술로 달려나가는 장면이 아름답고, 갈대밭에서 월소와 홍이가 칼을 겨누거나, 눈이 흩날리는 궁에서 유백과 홍이가 맞서는 장면 또한 아름답다. 장면으로 기억되는 부분이 많지만, 딱 거기까지다. 아름답지만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리고 그런 부자연스러움이 때때로 극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박흥식 감독이 "협녀, 칼의 기억"을 통해 전통 무협 액션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에는 박수를 보내나, 무협과 멜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 그의 바구니에는 지금 무엇이 남았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