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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모파상이 쓴 동명의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프랑스 영화의 거장 다르덴 형제의 뒤를 잇는 차세대 감독 스테판 브리제가 20년을 들여 준비한 일곱번째 장편이기도 하다. 스테판 브리제가 2015년에 만든 < 아버지의 초상 >은 프랑스에서 개봉할 당시 1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 위플래쉬 >, < 그녀 >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감독은 전지적 화자의 시점을 취하는 원작과 달리 잔느의 시점에서 서사를 전개했다. 영화는 잔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잔느의 삶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 위주로 진행되기에 긴 원작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순진하고 명랑했던 잔느는 결혼 후 남편의 연이은 부정을 겪으며 피폐해진다. 감독은 다양한 연출 기법과 의상, 카메라 워크를 통해 변하는 잔느의 모습을 나타낸다. 감독은 어린 잔느를 촬영할 때 조명 대신 자연광을 사용해 활기와 생명력을 표현했다. 밝게 내리쬐는 여름의 햇빛은 잔느가 결혼 후 괴로움에 번민할 때 유리창을 때리는 세찬 비와 대비된다. 또한 결혼 전에는 원색의 옷을 즐겨입던 잔느가 결혼 후 어둡고 수수한 옷을 주로 입는 모습은 메마른 내면의 정서를 보여주는 장치다.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고 몰입도를 더하기 위하기 위해, 감독은 아카데미 비율에 가까운 1.33:1의 화면비를 선택했다. 현대에 흔히 사용되는 시네마스코프 비율은 1800년대 말의 프랑스를 그리는 영화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네마스코프보다 높고 좁은 화면은 등장인물을 더욱 부각시키고 강조한다. 클로즈업과 핸드헬드 촬영 기법 역시 잔느를 바로 옆에서 보는 듯 생생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굳이 ‘여자’라는 단어를 붙였다는 것이다. 원작 소설의 프랑스 제목은 < 인생(Une Vie) >이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끊임없이 상처입는 잔느는 인간을 대변한다. 남자나 여자나, 허무함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건 매한가지다. 영화를 보고 마음이 시큰해진다면, 원작 소설도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