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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김광태 감독의 데뷔작 판타지 스릴러 "손님"은 그림형제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 유명한 교훈을 재해석한다. 그림형제의 동화는 작고 부유한 마을이 쥐떼의 습격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우연히 이 마을을 지나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마을의 사정을 듣고 그럼 자신이 쥐를 모두 없애줄 테니 값을 치르라고 제안한다. 약속한 대로 사나이는 자신의 연주로 골칫거리인 쥐들을 산으로 쫓아낸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약속을 저버리고, 사나이는 마을의 아이들을 쥐들과 똑같이 산으로 유인한다. 김광태 감독의 작품은 이와 비슷한 스토리를 따라가지만,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는 어린 아들이 있고 배경은 한국전쟁 발발 즈음의 어느 산골마을로 바뀐다. 영화 초반부터 가벼운 농담과 불길한 전조는 원작에 살을 덧붙이는 동시에 후반부의 섬뜩한 전개에 극히 한국적인 요소를 더한다. 류승룡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촌장 이성민의 묵직함, 그리고 천우희의 순순한 마을 아가씨 연기가 균형을 이루며 인간사의 아픔을 능숙하게 풀어낸다. 107분이라는 불필요하게 긴 러닝타임과 약간 부족한 극 짜임새만 뺀다면 올여름 당신을 오싹하게 할 한국형 스릴러로 손색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