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
돌로 가게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폭발물로 우편함을 날려버린 지 100여 년이 지나서야 영국의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마침내 그들이 헌정받아 마땅한 영화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예쁘고 달콤하게 포장된 드라마가 아니라 너무 다행이다. 작가 아비 모건([셰임] [철의 여인])과 감독 사라 가브론([브릭 레인])의 이 거칠고 노골적이며 어두운 영화는 여성 참정권론자들이 마주한 딜레마를 급박하고 실제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를 통해 관객은 모든 것을 내건 여성들에게 겨눠지는 칼끝과도 같은 위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터에서 잘리고 감옥에 갇히며 호스를 통해 강제로 음식을 주입당하고 아이와 떨어지게 되는 일들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아니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캐리 멀리건은 시키는 대로만 일하던 런던 동부의 세탁 공장 노동자 모드 역을 맡았다. 모드는 24살이지만 수년 동안 더러운 옷과 씨름하며 일을 한 탓에 얼굴은 주름지고 피곤에 찌들었다. 그녀는 성실한 동료 소니(벤 휘쇼)와 결혼하는데, 그는 매일 저녁 국왕의 초상화 앞에서 경례를 하는 보수적인 인물이다. 이 부부에게는 어린 아들도 하나 있다. 이런 모드에게 투표권을 위해 싸우는 것이 대체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 그녀는 에멀린 팽크허스트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을 이끈 시민운동가)도 아니고 역사책에 그녀의 이름이 기록될 리도 만무하다.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느냔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모드는 사회의 시스템에 두 번이나 속아 넘어간다. 그녀가 가난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가 여성이기 때문에. 투표권이 모든 것을 바꾸어놓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표권이 시발점이 될 수는 있다.
캐리 멀리건은 대단히 훌륭하고 좋은 연기를 한다. 영화는 그녀의 눈을 통해 펼쳐진다. 모드가 분연히 일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녀의 얼굴에 감정이 꽃피는 것을 볼 수 있다.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여성 참정권론자 역을 맡은 앤 마리 더프와 사제 폭탄을 만드는 약사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 등 이외의 캐스팅도 훌륭하다. 메릴 스트립은 에멀린 팽크허스트 역으로 카메오 출연하는데, 이 또한 완벽한 캐스팅이 되어준다.
이 외에도 여성 참정권을 옹호하는 남자들과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경찰이 이년들을 무릎 꿇게 만들고 말 거야” 하고 으르렁거리는 사람은 트위터에서 비슷한 멘션을 올리는 사람들과 너무도 닮았다. 그리고 영화는 배경이 되는 시대로부터 10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여자아이들에게 다른 사람을 기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관념을 주입시키는 이 사회에도 메시지를 던진다. 말썽부리지 마라,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것을 피해라, 착한 여자가 되어라. 하지만 팽크허스트는 그녀의 연설에서 말한다. 노예가 되느니 반역자가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