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끄럽고 멜랑콜리한 범죄 드라마 "레전드"는 우리를 1960년대 중반 잘나가던 런던의 갱스터,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 앞으로 데려간다. 당시 이스트엔드부터 웨스트엔드까지, 이 쌍둥이 형제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클럽을 운영하고 남부 런던의 리처드슨 가문과 전쟁을 벌이면서 한편으론 미국 마피아들을 매수하고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톰 하디는 이 쌍둥이 형제 모두를 연기해낸다. 단순한 1인2역을 넘어, 영화는 마치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두 개의 인격이 싸우는 듯한 장면을 여럿 보여준다. 두 형제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로니는 편집증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반면(실제로 그는 다중인격자였다) 레지는 이런 로니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며 상당히 거칠다.
각본과 감독은 "LA 컨피덴셜"과 "미스틱 리버"의 각본을 담당한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맡았다. 톰 하디가 1인2역을 연기한 것만큼 매력적인 사실은 감독이 "레전드"를 실패한 사랑이야기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레지가 프랜시스(에밀리 브라우닝)와 만나는 것으로 시작돼 그들의 결혼이 끝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프랜시스가 내레이터 역할을 맡음으로써 영화의 남성성이 조금 무뎌지는 점도 있다. 이것은 상당히 영리한 연출로,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하지만 과거를 재연하거나 누군가의 전기를 다루는 것이 아닌 관객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임을 강조한다. 물론 때로는 흥미로울 정도로 과격하게 이 쌍둥이 형제에 대한 전설을 다룬다.
영화는 크레이 형제가 어째서, 그리고 어떻게 그들이 선망하는 미국의 갱스터가 될 수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 어두운 밤 레지는 운하를 따라 걷고 이때 음악 감독 카터 버웰이 작곡한 슬픈 음악이 흐른다. 영화는 이 형제가 후에 겪게 될 굴욕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해가 뜨고 아침이 오면 그들의 화려했던 날들은 이제 과거가 된다는 것을 관객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