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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사회가 힘의 균형에 이렇게 집착했는지, 요즘 우리는 심지어 연애에서도 ‘갑’과 ‘을’을 나눈다. 권세는 십 년을 못 간다 하고 열흘 붉은 꽃 없다지만, 인간사의 온갖 드라마가 권력욕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던가. 이 영화는 2013년 권력가의 야망을 그린 영화 < 관상 >으로 제50회 대종상 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한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이다. 권력을 갖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박태수(조인성)와 검사장 후보이자 권력을 한 손에 쥔 한강식(정우성)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 관상 >이 수양대군(이정재)과 김종서(백윤식), 두 권력자들 사이에서 등 터지는 민초 내경(송강호)의 비극이라면 이 영화는 두 고래의 정면 승부다. 권력자의 화려한 모습은 빛보다 눈부시고 이면의 암투는 어둡고 치열하다. 그러나 한재림 감독에 따르면 사회 고발이 아니라 인간의 권력욕을 조명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고, 그래서인지 사건보다는 캐릭터에 중심을 두고 있다. 권력 세계 이면의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들개파 2인자 최두일(류준열)과 전략 3부의 핵심인물, 양동철(배성우)도 단지 권력의 똘마니가 아닌, 인간 군상의 한 모습을 대표한다.
내용면에서는 < 내부자들 >이나 < 검사외전 > 류의, 권선징악 또는 사회고발 영화보다 < 야인시대 >의 시대물에 가깝다. 영화의 주무대도 한국의 격동기, 1980년부터 2000년대다. 권력을 쥔 박태수의 화려한 삶을 보면서도 한번쯤 그 삶을 부러워하지 않을 자, 누가 있으랴. 권력자의 비상과 몰락을 입체적으로 그려 관객 각자에게 판단을 유보하는, 그래서 더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