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 화씨 9/11 >(2004)의 감독 마이클 무어의 신작 다큐멘터리다. 그가 이번엔 한 손에 성조기를 들고 유럽을 ‘침공’한다. 미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장점만을 빼앗기로 선언하고, 이를 영상으로 담은 것이다. 1년에 8주의 유급 휴가가 보장된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저렴한 금액임에도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코스 요리 같은 급식을 제공하는 프랑스, 유학생도 무상으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슬로베니아 등 마이클 무어가 놀라운 교육 시스템과 제도를 실천하는 9개의 국가를 다니며 국민과 기업가, 정부 관리자 등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뜨거운 물과 찬물을 오가듯,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영상과 이를 교차한다. 그것도 꽤 즐겁고 유쾌하게 말이다.
< 다음 침공은 어디? >는 철저히 미국인의 관점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그렇기에 마이클 무어가, 많은 것이 미국에서 유래했다는 식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마무리 짓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 다음 침공은 어디? >라는 제목처럼,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현실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게 된다. 과연 우리는 그가 ‘침공’할 만한 장점을 갖고 있을까? 다큐멘터리에는 ‘더 좋은 사람’, ‘인간의 존엄성’, ‘행복’ 등의 단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일들을 일상으로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 어쩌면 이러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긍정의 힘도 생긴다. 생각을 전환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후반부에는 아이슬란드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인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다룬다. 지금, 꼭 봐야 하는 다큐멘터리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