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에게 다시 한 번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전작 [인사이드 르윈](2013) 혹은 [시리어스 맨](2009)을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어코 해냈다. [헤일, 시저!]는 조엘 코엔이 1991년에 연출한 보석 같은 영화 [바톤 핑크]보다 더 유쾌한 방식으로 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다. 코엔 형제가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잘 다듬어지고 예의 있으며 조금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코미디 영화는 정말 찾기 힘들다. 전작에서도 늘 그러했듯, 코엔 형제의 영화 속 디테일은 감탄을 자아낸다.
[헤일, 시저!]는 1950년대 초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쇼 비즈니스를 배경으로 헤엄치는 세이렌(스칼렛 요한슨)이나 노래하는 카우보이(엘든 이렌리치)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유럽 출신의 감독(랄프 파인즈), 그리고 비밀 공산주의 ‘스터디 그룹’과 어떻게 뒤섞이는지 보여준다. 이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는 베어드 휘트록(조지 클루니)은 커크 더글러스(왕년의 명배우로 1955년 [오디세이]를 영화화한 [율리시스]의 주연으로 출연했다) 같은 톱스타로 영화 촬영 도중 납치되고 만다. 이에 해결사로 불리는 영화사 대표 에디 매닉스(조슈 브롤린)가 마침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다. 영화는 한순간도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스파게티 면은 옭아매는 밧줄로 변신하고 감독이 대사를 지시하는 장면은 눈물 나게 웃기다. 채닝 테이텀이 선원 차림으로 춤추는 장면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를 만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휘황찬란한 장면들이 영화가 갖는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위대한 마술사 마이클 갬본으로, 그 딱딱하면서도 풍부한 성량의 내레이션은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일종의 자조와 같다.